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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상 경지의 세계>-11. 미스트롯 '송가인'과 '홍자'의 '신(新) 적벽대전'

기사승인 2019.10.23  23:0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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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대학교 김왕석 전 교수>

년 초에서 한참 세월이 지났다. 우연히 채널을 돌리다 잡힌 채널이다. 이 땅에 함께 살면서 무명의 트롯가수들이 그렇게 힘겹게 살고 있다는 것도 그때 처음 알았다.

트롯이란 음악장르는 어둠이 내린지 오래다. 땅거미가 짙어 온지 오래다. 거나하게 선술집에서 술 취한 노객이 집으로 돌아오면서 나 부를법한 노래가 되었다. 이것이 트롯의 현주소다.

그런 ‘미스 트롯’이 갑자기 엉성한? 형태로 방송이 시작되면서 열기를 뿜기 시작 했다. 처음엔 연출도 출연자도 낯설었다. 어설픈 춤과 노래는 스스로를 겸연쩍게 했다.

“미스 트롯? 도대체 뭐지? 방송에서 왜 이런 것을 기획했을까?”

처음엔 트롯의 과거에 대한 향수를 이렇게 초라한 모습으로 확인하고 싶지 않았던 마음이 더 컸다.

미스 트롯은 그렇게 시작했다. 일단 반전의 드라마 속으로 들어가기 위해 앞의 진행과정은 끊고, 준결승 장면 이후의 홍자와 송가인의 격전 장면부터 곧바로 시작해 보자.

송가인의 노래 스타일은 두 가지 점에서 독특하다. 첫째, 송가인의 노래는 첫 소절을 꼭 창으로 시작한다. 독창성이 돋보이는 이유다. 트롯의 첫 소절을 창으로 시작한다? 판을 엎고 시작하는 격이다. 이것이 설명할 수 없는 송가인 노래의 마력이다.

둘째, 송가인의 노래는 노력이 80% 다. 노력으로 긴 터널을 뚫고 창공으로 비상했다. 우리의 가슴을 먹먹하게 하는 호소력은 목에서 피를 토하는 송가인의 노력으로 이루어진 결과다. 천재의 피를 토하는 노력, 송가인 노래의 정수다.

결승에서 송가인의 창의성, 공격성, 모험심의 진수가 여지없이 드러났다. 절체절명의 결선에서 그녀의 선곡은 ‘단장의 미아리 고개’였다. 이 노래가 어떤 곡인가? 이 노래를 결승에서 선곡한 것 자체가 혁명이다.

작사 작곡의 심오함과 깊이의 끝이 보이지 않는 곡이다. 민족과 역사의 아픔을 그대로 품고 있는 곡이다. 송가인 말고는 누구도 선곡할 수 없는 곡이다. 가공할 모험심이요, 담대한 배짱이다.

홍자의 노래는 두 가지 점에서 독창성이 돋보인다. 첫째, 홍자의 노래는 기술과 기교를 사용하지 않는다. 홍자의 노래는 어떤 기교와 멋을 사용하지 않는다. 단순한 선율의 높낮이로 무운과 단절에서 오는 체념들을 위로할 수 있다는 것은 그녀 노래의 백미다. 놀라운 일이다.

둘째, 이른바 무념과 무상을 가지고 노래한다. 홍자의 노래 감정 속엔 애욕, 이기심, 욕망이 없다. 자아가 없는 노래라 벽이 없고, 그런 노래를 들으면 단절과 소외로 닫혔던 마음들이 열린다. 노래를 듣고 사람들이 조용히 흐느끼는 것은 홍자만이 가진 무념과 무아에서 노래하는 그녀가 주는 진심 때문이다. 놀랍고 경이로운 일이다.

홍자 노래를 듣고 있노라면, 마치 잊혀졌기 때문에 살 수 있었던 것 같은 상실감과 허무감, 가슴 저림이 가슴속 깊은 곳에서 샘물처럼 솟구친다. 정말 이런 감성이 내 몸 어딘가에 숨겨져 있었던가? 정말 내가 이런 촉촉한 감성 속에 묻혀 지금껏 살아온 것이 맞나 싶다. 이런 극한의 감성을 갖고 어찌 이 밋밋한 세상을 살아 왔나가 믿기지 않는다.

결승에서 홍자는 아쉬운 승부수를 던졌다. ‘열애’를 선곡했다. 열애는 온 몸을 불사르는 노래다. 홍자는 무욕과 무심의 노래가 특기다. 앞 경연자가 선곡했던 ‘삐에르가 좋아’ 가 더 맞는 곡이었을 듯싶다. 결과를 떠나 호탕하고, 대범하며, 천하통일과 비상을 꿈꾸는 ‘조조’ 송가인, 소박하지만 삶의 초월 속에서 천지의 무상함을 체득한 ‘제갈공명’ 홍자.

송가인과 홍자는 신(新) 적벽대전(赤壁大戰)을 통해 정치적으로 온갖 궤변과 요설이 판치고, 경제적으로 침체일로 가운데 고통스러워하는 국민들에게 큰 기쁨을 심어 주고 있다.

두 사람이 있어 국민들은 행복하다. 송가인은 트롯이라는 석양에 지는 해를, 아침에 다시 뜨는 해로 부활시켰다. 홍자는 힘들고, 소외되고, 정치적 고통의 어둠속 폐허에 갇혀 있는 우리 국민들에게 회복탄력성을 강화시켜 주고 있다.

송가인과 홍자에게 기대 반, 우려 반, 한마디만 덧대자. 자기의 적은 자신이다. 부귀와 명성에 빠지면, 노래는 기술과 패용 도검으로 전락한다. 아무리 도신에 새겨진 것이라 해도 문양은 그냥 문양 일 뿐이다. 노래하는 기계와 화석이 되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 명장은 스스로 깨닫는 책무를 지닌다.

적벽에서 만난 두 명장! 송가인과 홍자가 있어 우리 국민들은 행복하다. 두 명장을 국민들은 한없이 신뢰하고 기대한다.

구명석 기자 gms75@hanmail.net

<저작권자 © 용인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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