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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상 경지의 세계>-14. ‘헛되고, 헛되도다’

기사승인 2019.12.02  18:5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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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대학교 김왕석 전 교수>

가을이 가고 겨울이 왔다. 올해도 이제 12월이 지나면 또 다른 새해를 맞이하게 된다. 세월이 참 빠르다고 느껴지는 요즘 예전에 읽었던 '조선왕조실록'에 대해 생각해본다. 

그냥 한번 읽어 보려 했다. 청계천 6가의 헌책방을 들러 구입했다. 태조 이성계부터 철종까지 조선 25대 왕들에 관한 조선왕조실록 25권의 책이다.

그냥 시간 날 때마다 조금씩 책을 읽었다. 첫 번째 통독에 6개월이 걸렸다. 보통은 책을 읽고 나면 어떤 느낌과 생각의 여운이 남게 마련이다. 그런데 25권에 대한 내용이 거의 비슷해서인지, 아니면 각 권들의 책의 내용들이 오랜 시간 동안 그때 그때 소화가 된 탓인지, 책을 다 읽고 난 한참 후에도 생각에는 큰 변화가 없었다.

얼만큼 시간이 지났을까? 어느 날 아침에 눈을 뜬 나는 마치 마음과 생각이 얼음에 쌓인 것처럼 차가운 느낌이 들었다. 정확한 표현은 '감정이 시리다가' 옳은 표현일 것이다. 흉곽이 휭하니 뚫린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허무한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무기력도 아니다.

전에는 없던 감정이 불쑥 새로이 나타난 것이다. 뭘까? 이 느낌은? 도대체 어디서 이런 감정이 나타난 것일까? 나는 최근의 내 생활을 조심히 응시했다. 이런 감정이 어떤 생각과 경험의 뒷받침 없이 불쑥 도깨비처럼 나타날 수는 없는 것이다.

최근 만난 사람들과의 대화, 내 생활과 행동반경의 동선들, 경제적 걱정거리나 미래 계획들, 또 가끔씩 예고 없이 불쑥불쑥 나타나는 과거 경험들의 무의식적 편린들... 모두를 자세하게 살펴보았다. 딱히 근거로 잡히는 것은 하나밖에 없었다. 조선왕조실록을 읽는 과정에서 쌓인 감정과 생각들이 원인이라 할 수밖에... 그게 원인이고, 답이었다.

조선왕조실록을 읽고 난후, 제일 큰 교훈은 '삶은 덧없다'라는 것에 대한 깨달음이었다. 왕과 당상관, 판서 등 귀족 중심의 삶을 중심으로 살펴본 것인데도 그렇다. 거기에는 권력과 욕망을 거머쥐기 위한 모략, 탐욕, 행세가 그들 삶의 중심이었다.

그 후, 나는 권력과 소유를 다투는 일에는 가까이 가지 않는다. 내 생각 주위에 욕망과 탐욕과 질투와 폭력이 없는지를 늘 먼저 생각한다. 그 책들은 오늘도 나의 삶을 시류에 쏠리지 않게 해주며, 탐욕을 경계하고, 삶을 깊은 명상에 머물게 하는데 큰 도움과 영향을 주고 있다.

요즘 같이 연말을 맞이하는 시점에서 더더욱 한해를 지내온 나의 삶을 다시금 돌아본다.  

구명석 기자 gms75@hanmail.net

<저작권자 © 용인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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