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교육감과 네 곳의 기초단체장을 뽑는 10·16 재·보궐 선거는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이 영역 확장을 이루진 못했지만 ‘텃밭 수성’에는 성공했다. 여야 모두 새 지도부 구성 후 첫 선거에 평년작을 거둬 한동훈·이재명 대표의 리더십을 공고히 하는 데 탄력을 받게 됐다.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국민의힘 21일 회동에 온 국민의 관심이 쏠린 데 대해 대통령실과 여권은 부끄러워해야 한다.
대통령과 여당 대표 간에 얼마나 소통이 막혀 있으면 마치 대통령과 여당 대표 간에 만나는 것이 국민적 관심사가 되었겠나 그러나 여권의 위기 타개를 위해 만남이 사실상 빈손 회동으로 끝났다.
우선 김건희 여사의 공천 개입 의혹과 관련된 인물인 컨설턴트 명태균 씨가 주장한 여권 실세와의 친분은 놀라울 정도다.
이런 현실에서 재·보궐선거 직후 윤석열 대통령과 독대는 한 대표가 최근 김 여사의 공개 행보 자제 요청과 ‘김건희 라인 경질’까지 꺼내들며 대통령실의 변화를 요구하고 나서 독대 결과가 초미의 관심사였다.
한 대표의 입장은 분명하다. 대통령실 인적 쇄신이 정부와 여당이 민심에 따라 쇄신하고 변화하고 개혁하는 중요한 출발점이 된다고 강조한 바 있다.
대통령실이 당 대표의 의견을 수렴하고 쇄신해야 새로운 당정 관계의 출발점을 마련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현재까지 대통령실은 “별도의 입장이 없다”고만 밝혔다.
물론 최근 불거진 일련의 불미스러운 일들은 여권이 인사 검증 작업부터 시작해 대통령실과 정부의 인적 쇄신, 당내 정치 세력 교체 및 정치 문화 탈바꿈까지 대대적인 변화가 필요함을 일깨운다.
그렇다고 집권 여당 대표가 흑백논리식으로 사안에 접근해선 안 된다. 더불어민주당은 다수당의 힘을 빌려 입법 독재에 이어 대통령 탄핵을 입버릇처럼 되뇌고 있다.
이는 조기 대선으로 이재명 대표의 사법 리스크를 덮어 버리겠다는 속셈이고, 대통령실을 향한 민주당의 집요한 공격은 약한 고리를 공략하겠다는 전술일 뿐이다.
윤 대통령과 한 대표의 독대 결과는 여권 전체의 정국 대응 전략과 당정 관계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다. 물론 김 여사의 대국민 사과, 대외 활동 자제는 최소한의 해법이다. 이 정도 합의도 내놓지 못하면서 두 사람이 왜 만나는지 아무 효과가 없다.
애초에 대통령실은 김 여사와 관련해 의혹이 제기되면 해명할 건 해명하고, 잘못한 게 있으면 사과하는 게 정상이다.
또한 추가로 앞으로 의혹을 살 일이 없도록 예방적 조치도 해야 한다. 그럴 목적으로 윤 대통령이 김 여사의 활동을 관리할 ‘제2부속실 설치’를 한다고 한 게 벌써 지난 2월인데 8개월이 지났다. 그러는 사이 김 여사의 논란은 더욱 커졌고 이번 주 대통령 지지도는 최하위를 곤두박질치고 있다.
이런 민심과 여론 상황이 좋지 않은 분위기를 반영하듯 대통령실은 별다른 반응을 내놓지 않았다. 결국 면담은 빈손으로 끝난 셈이다. 이번 면담은 결국 한 대표가 윤 대통령에게 ‘원하지 않은 답’을 들었거나 아예 일반적인 의견 전달만 했다는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이날 오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대통령을 만나러 가는 한 대표에게 “오늘 면담 잘하시고 기회가 되면 야당 대표도 한번 만나기를 기대한다”라고 밝혔다.
한 대표는 이 대표 발언 후 약 3시간 만에 ‘회담을 흔쾌히 응하겠다는’라는 입장을 보였다.
이는 향후 정국의 주도권을 용산이 아닌 국회로 가져갈 수도 있음을 시사하는 대목으로도 보인다.
이희찬 기자 hcl_0117@naver.com